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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병리의원 직접 개설 수가 정상화나서

해부병리의원 직접 개설 수가 정상화나서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3.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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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검사기관 박차고 해부병리전문의가 직접 해부병리의원 개설

수탁검사기관에 근무하던 해부병리전문의 16명이 "임상의들로 부터 100% 보험수가대로 검사료를 받고 해부병리검사를 수행하겠다"는 취지를 내걸고 해부병리의원을 개설해 주목되고 있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100% 보험수가대로 검사료를 받겠다'는 이들의 구호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검체를 둘러싼 오랜 덤핑 관행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이들이 대단한 실험을 하고 있음을 직감케 하는 것이다.

16명의 해부병리전문의가 모험을 감행하면서 까지 100%보험수가를 주장하는 이유는 검체를 둘러싼 덤핑이 진단서비스의 질을 하향시키고, 병리의사의 근무여건을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이들은 서울에 소재하면서 전국을 대상으로 검체서비스를 하고 있는 5개의 커머셜 랩에 근무하면서 검체서비스를 둘러싼 덤핑관행이 검체를 의뢰하는 임상의사들이 점차 검사가격이 낮은 랩을 찾게돼 덤핑경쟁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진단서비스의 질을 급속히 하락시키는 것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들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50%정도 디스카운트 된 가격으로 검사를 이뤄지고 심한 곳은 80%까지도 덤핑이 이루어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진서비스를 왜곡시켜 온 출발점은 보험수가의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임상병리검사만 해도 시약이나 기기 등의 비용이 덧붙여지기 때문에 형편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해부병리의 경우 전적으로 사람이 해야 하는 일로 수가가 낮은 상태에서 사람을 많이 쓸 수 없어 개인 업무량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주로 자동화장비를 사용하는 임상병리검사와 달리 해부병리검사는 전적으로 사람이 하는 일로 100% 수가를 받는다 해도 워낙 해부 병리수가가 낮게 책정되어 있어 해부병리부문에서 이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수탁기관들은 임상병리검사를 통해 손해를 보전하거나 직원의 노동력으로 그 손해를 보전하는 형편임을 지적하기도 한다. 수탁기관들은 수탁기관들대로 이익이 남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며 어쩔 수 없이 해부병리검사를 가져 온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뿌리깊은 덤핑의 관행이 이러한 모순을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덤핑 자체가 잘못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서울중앙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강신광 교수는 "시장경제 경제에서 덤핑이 불법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이런 구조 때문에 또다른 모순된 의료구조가 파생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만큼 임상의사들이 앞장서 덤핑근절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회도 3년전부터 인증을 실시해 적정업무량을 권고하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서는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학회 권고수준에는 못미친다고 한다. 강교수는 학회가 정한 정도관리지침에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해부병리의사의 경우 교육, 연구의 기능을 감안해 한 사람의 의사가 1년에 볼 수 있는 조직검사건수는 3천건, 수탁검사기관의 경우 1인당 1만5천건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수탁검사기관의 의사들은 실제로 2배 이상의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T/C에 참여하고 있는 하숙태씨는 세포검사의 보험가격이 5,100원이지만 보통 수탁기관에서는 2,000원정도를 받고 검사를 하고 심한 경우는 800원까지도 덤핑에 들어간다고 소개했다. 이런 경우 슬라이드를 세포기사들이 초검을 하는데 미국의 경우 하루 100건이하로 제한하는데 반해 하루 판독량이 300건을 넘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 하숙태씨는 이런 터무니 없이 많은 검사량 때문에 대충대충 검사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며, 참고치가 아닌 최종진단을 하는 것이 해부병리과임에도 진단의 질적 문제를 따질 겨를이 없다고 토로한다. 이런 현실에서 병리의사들의 수치심과 모멸감을 말할 수 없이 커지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오진에 대한 두려움도 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16인에 합류하는 문영천·박은선씨는 "임상의사들이 덤핑관행과 해부병리의사에게 돌아오는 과도한 업무량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당장은 임상의사들에게 금전적 이익을 안겨줄 수 있겠지만 임상의사들이 진짜 원하는 진단서비스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덤핑을 근절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들은 임상의들이 만족할 수 있는 진단서비스를 해서 임상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는데 더 많은 도움을 주고 결국에는 환자들에게 그 혜택이 가게 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개원을 추진하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기존 수탁검사기관과의 차별화를 위해 임상의들로 부터 100%보험수가대로 검사료를 받고 검사를 수행한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임상의들이 요구하는 질 높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100%검사료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취지다.

또 16명의 전문 인력이라는 탄탄한 맨파워를 토대로 각각의 세부전문분야를 갖고 진단을 함으로써 진단의 전문성과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또 자체내 자문 기능을 강화해 하나의 케이스를 여러 병리의사가 함께 보고 진단함으로써 진단의 객관성을 높이고 악성 검체의 경우 2명 이상의 병리의사가 공동 사인함으로써 진단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것 특히 외부정도관리는 물론이고 전문인력의 확보로 병리사 및 세포병리사의 교육을 강화하는등 내부 정도관리를 철저히 시행해서 1인당 판독건수를 제한하고 판독능력을 평가, 능력별 업무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규모의 경제에 따라 현재까지 검사수가 적어 경제성이 떨어져 시행하지 못했던 특수검사를 실시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것도 이들의 바람이며, 대학과 연계성을 살려 대학의 자문을 구하는 창구를 마련함으로써 진단서비스의 질을 대학수준으로 끌고 가겠다는 단단한 각오를 하고 있다.
16인의 시도를 지켜보고 있는 주위의 의사들은 저수가와 덤핑으로 왜곡된 진단서비스를 바로잡아 최종진단으로서 병리진단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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